TPK는 Total Party Kill의 줄임말로, 단 한 번의 조우(encounter)에서 그룹의 모든 플레이어 캐릭터가 사망하거나 쓰러져 더 이상 싸울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은 상황을 가리킨다. 드래곤의 브레스가 파티 전체를 휩쓰는 순간, 함정이 발동해 방이 물에 잠기는 순간, 컬트의 매복이 계획대로 정확히 들어맞는 순간이 바로 그것이다. 먼지가 가라앉고 살아남은 영웅이 단 한 명도 없을 때, 그 세션은, 때로는 스토리 전체가 그대로 멈춰버린다.
이 용어는 플레이어들 사이의 은어에서 곧장 나왔다. 어떤 룰북에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테이블에서, 포럼에서, 수많은 무용담 속에서 자라난 말이다. "우리 하마터면 TPK 날 뻔했어"라며 한탄하는 그룹을 본 적이 있다면, 그 기분이 어떤 건지 이미 알 것이다.
실질적으로 말하면, TPK는 그룹 전체가 한꺼번에 맞이하는 실패 상태다. 캐릭터 한 명이 죽는 건 장례식을 치를 만한 비극이지만, TPK는 캠페인 자체가 벽에 부딪힌 것이다.
던전 앤 드래곤 5판(Dungeons & Dragons 5th Edition)에서 "사망하거나 쓰러진다"는 건 보통 모든 PC가 0 HP로 떨어져 죽었거나, 도와줄 동료 하나 없이 죽음 내성 굴림(death saving throw)을 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. 일단 아무도 행동할 수 없게 되면, 적들은 마음껏 마무리를 짓거나, 도망치거나, 포로로 잡을 수 있다. TPK가 되려면 그 순간 모두가 문자 그대로 죽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. 단지 파티가 집단적으로 그 전투에서 졌다는 의미일 뿐이다.
TPK는 단 하나의 실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드물다. 보통은 작은 실수들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다. 흔한 원인은 다음과 같다.
꼭 그렇지는 않다. TPK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 자체가 전투를 짜릿하게 만드는 요소의 일부다. 패배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걸 플레이어들이 알고 있다면, 긴장감은 공허해지고 승리는 값싸게 느껴진다. 전멸 직전까지 갔던 아슬아슬한 순간, 혹은 계획된 영웅적 최후의 저항은 그룹이 몇 년 동안 두고두고 이야기할 전설이 될 수 있다.
문제는 TPK가 부당하게 느껴지거나 맥 빠지게 느껴질 때 시작된다. 엉뚱한 굴림 한 번에, 충분히 예고되지 않은 함정에, 혹은 GM이 몰래 과하게 짜놓은 조우에 파티가 쓸려나가면 캠페인 전체의 분위기가 망가질 수 있다. 기억에 남는 패배와 짜증나는 패배의 차이는, 보통 플레이어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졌고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느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.
좋은 게임 마스터(GM)에게는 전멸을 비참함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사건으로 만들 도구가 충분히 있다.
여기에 한 가지 도구를 신중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. 바로 퍼징(fudging)(스크린 뒤에서 굴림 결과나 몬스터의 HP를 슬쩍 조작하는 것)과 데우스 엑스 마키나(deus ex machina) 식 구원이다. 드물게, 그리고 정직하게 쓴다면 이런 수단들은 부당한 전멸로부터 세션을 구해낼 수 있다. 하지만 너무 자주 쓰면, 플레이어들에게 "네가 뭘 해도 사실 아무 의미 없다"는 걸 학습시키게 된다. 많은 테이블이 정확히 그 유혹을 피하려고 굴림을 공개적으로(in the open) 한다. 만약 이런 수단에 기대려거든, 아주 가끔만 쓰고, 자기 그룹의 취향을 잘 파악해 두자.
생존은 팀 스포츠다. 신중하게 플레이하면 확률을 내 편으로 기울일 수 있다.
이니셔티브와 HP를 꼼꼼히 추적하는 것은 치명적인 전투가 어느새 조용히 전멸로 굴러떨어지는 걸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다. Mini Kraken 같은 도구는 이런 기록 관리를 대신 처리해 주어, 다가오는 위험을 직접 지켜보며 제때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.